순두부를 주문하면 깍두기, 젓갈, 콩자반, 어묵, 파래초무침, 오이무침 등등 가게에서 직접 만든 밑반찬이 먼저 나온다. 젓가락이 바쁘다. 밑반찬은 평범해서 매력적이다. 메인 요리안 순두부와 된장 비지가 나왔다. ‘송정희 어머니 순두부’의 시그니처 메뉴는 된장 비지다. 황태구이나 순두부를 시켰을 때만 나온다. 된장 비지를 현미밥에 쓱쓱 비벼 한 숟가락 먹었다. 담백한 콩비지의 맛과 된장의 감칠맛이 진하게 전해진다. 몽글몽글한 순두부는 첫맛은 심심하지만 점점 고소한 풍미가 올라온다. 함께 나온 간장을 기호에 맞게 순두부에 넣어 곁들이면 더 좋다. 이곳의 순두부가 특히 맛이 좋은 이유는 연천에서 난 국내산 콩과 깨끗한 동해 바닷물이 만났기 때문이다. 응고제 역할을 하는 바닷물은 미네랄이 풍부해서 콩이 가진 고소한 맛을 더욱 극대화한다. 역시 좋은 음식은 좋은 재료와 정성에서 나온다. 이곳 주방의 가스불은 꺼지는 일이 없다고 한다. 새벽 4시부터 12시간 이상 계속해서 비지를 끓인다. 상온에서 금방 상하는 비지를 오래 보관하는 방법을 연구하던 끝에 탄생한 것이 바로 된장 비지다. 담백한 순두부와 된장 비지를 그릇까지 싹싹 비웠다. 유명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속초에서 설악산을 올랐다면, 결국 남은 길은 하나다. 순두부로 향하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