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여행의 첫 페이지를 열다
Travel ; brary
새로운 여행의 첫 페이지를 열다
Travel ; brary
JEJU

제주 본태박물관

제주 자연에 스며든
전통과 현대 미술

본태 박물관
bonte museum
‘본태(本態)’라는 이름에 박물관의 정체성이 오롯이 담겼다.
본태는 ‘본래의 고유한 아름다움’을 말한다. 풀이하자면, 우리나라 전통 공예품과 현대 미술의 조화를 통해 인류가 공통으로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탐색한다는 뜻이다. 이 취지를 현대 건축물로 구현해 낸 이가 노출 콘크리트 건축의 거장 안도 다다오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며 현대적인 공간과 전통적인 공간을 넘나드는 묘미를 느껴본다.
제주 자연과 노출
콘크리트 건축물의
공존
안도 다다오(1941.9.13~ )는 본태박물관을 건축할 때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을까.
그는 본태박물관을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라는 설립자의 고민에 응답하고자 노력한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아울러 전통적인 것과 현대미술과의 조화를 이뤄내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었음을 고백했다.
2012년 안도 다다오는 그의 장기인 노출 콘크리트 공법으로 본태박물관 제1관과 제2관을 완성했다. 나머지 제3·제4·제5관은 다른 시공사가 2014년부터 2017년에 걸쳐 지은 것이다. 모든 전시관이 노출 콘크리트 공법으로 지어졌으나, 아무래도 제1관과 제2관에 한 번 더 눈길이 간다. 안도 다다오의 노출 콘크리트 건물은 손으로 만졌을 때 매끈하고, 조명을 비추면 거울처럼 비치는 특성이 있다.
제5관 루프톱으로 연결되는 계단에서 벽 사이로 송악산이 보인다.
제1관과 제2관 사이에 설치된 기와담장과 물의정원
안도 다다오는 훌륭한 건축이란 ‘인간과 자연, 공간의 합일점을 찾는 건축’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그러기에 노출 콘크리트에 자연을 상징하는 빛과 물을 건축 요소로 끌어들여, 건축과 주변 환경의 조화를 도모한다. 그의 건축물에서 빛과 물은 통유리창과 물길로 표현된다. 통유리창은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연결고리다. 빛과 풍경이 건물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준다. 잔잔하게 흐르는 물길은 건물이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이런 그의 건축 철학이 본태박물관에 잘 드러나 있다. 제1관과 제2관 사이에 있는 ‘물의 정원’과 제2관의 통유리창을 눈여겨보자.
옛 사람들의 삶과
죽음에 관한 고찰
본태박물관은 관람 동선이 미로처럼 복잡하다.
이는 안도 타다오 건축의 특징이다.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동안 기대감, 설렘을 갖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관람 순서는 제5관에서 제1관으로 이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 만나는 제5관은 소장품 기획전시실이다. 넓이 약 661㎡, 높이 6m에 달하는 웅장한 규모로 지어졌다. 이곳에 우리나라 불교미술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삶의 정서가 깃든 불교미술의 매력 & 친제설찬 親祭設饌’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사리함, 동종, 동자상, 사자상, 아미타삼존도, 팔상도, 추사체 현판 등 조선 후기 불교 유물이 한자리에 모였다.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여러 동자상과 익살스럽게 웃고 있는 사자상들이 눈길을 끈다. 조각이 섬세하고 보존 상태가 좋아 표정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전시관을 나와 제5관 루프톱에 오르면 눈앞에 서귀포 앞바다와 산방산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루프톱에서 내려올 때 계단에 서서 건물과 건물 사이로 보는 산방산 모습도 멋지다.
제5관 루프톱에 오르면 산방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제4관 '상여와 꼭두의 미학' 전시실 전경제
제4관에서는 ‘피안으로 가는 길의 동반자_상여와 꼭두의 미학’을 주제로 상설 전시가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 장례 문화를 살펴보는 공간이다. 피안은 저승을 말한다. 시신을 장지까지 옮길 때 사용하는 상여와 상여를 장식하는 나무 인형 꼭두를 중심으로 여러 가지 장례 용품을 전시한다. 이를 통해 옛사람들의 유교와 불교 의식, 내세관,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 등을 짐작해본다.

이곳에 전시된 화려한 상여는 옛날 경상남도 충무 지방에서 사용한 것으로, 완벽한 상태로 보존돼 있다. 상여 위 악공과 광대 꼭두는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남해 상여의 특징을 보여준다. 꼭두는 망자가 저승으로 가는 길에 동반자, 수호자, 시종, 광대 역할을 한다. 옛 사람들이 상여를 화려하게 꾸민 이유는 망자가 생전에 힘들게 살았더라도, 죽어서는 꽃상여를 타고 저승에 가서 행복하게 살길 기원하기 때문이다. 망자를 가장 고귀한 모습으로 보내고 싶은, 남은 이들의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다.
제4관에 전시된 상여. 용과 봉황 조각이 화려하고, 악공 꼭두와 광대꼭두로 장식했다.
제4관에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다양한 꼭두가 전시돼 있다.
동그라미 반복 패턴의
창시자 쿠사마 야요이
상설전
Kusama Yayoi
아마도 본태박물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시관이 제3관 ‘쿠사마 야요이 상설전’일 것 같다.
설치미술가 쿠사마 야요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 미술 작가 50인’에 꼽힌 예술가이며, 작품명 ‘호박’이 대중에게 크게 인기를 얻었다. 제3관에서 그녀의 대표작 ‘무한 거울방-영혼의 광채’와 ‘호박’을 볼 수 있다. 쿠사마 야요이 작품의 주요 소재는 동그라미 반복 패턴이다. 이 패턴이 세상에 처음 선보였을 때,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같은 무늬를 반복하는 디자인이 매우 생소했던 것. 쿠사마 야요이의 영향을 받은 앤디 워홀(1928~1987)이 이 패턴을 작품에 응용함으로써 널리 대중화되었다.
쿠사마 야요이가 반복 패턴을 창작하게 된 배경을 알면 그녀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선천적 정신질환을 앓았던 쿠사마 야요이는 열 살 때부터 사방에 좁쌀 같은 동그라미가 보이는 환각 증상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이 환영을 벗어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 가, 설치미술가로 활동했으나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녀는 이 지병을 치유하기 위한 처방으로 동그라미 패턴을 소재로 한 작품 활동에 매진했다. 7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도쿄 한 정신병원과 스튜디오를 오가며 환영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품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제3관 두 번째 작품 ‘무한거울방’은 물이 담긴 바닥 위에 사방이 거울인 벽과 다양한 색깔로 변하는 100개의 LED 전구를 달아 놓았다. 깜깜한 방안에 무수히 많은 크고 작은 동그라미들이 반짝인다. 마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황홀하고 어지럽고 몽환적인 느낌이 온몸을 휘감는다. 이 현란한 동그라미들은 쿠사마 야오이에게만 보이는 환영을 빛으로 표현한 것이다. 관람 시간은 약 2분.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이다.
제3관 '무한거울방'에 화려한 빛의 항연이 펼쳐진다.
전통공예품과
현대 미술의 조화
제1관과 제2관은 담장과 물길(물의 정원)로 분리돼 있다.
제1관이 우리나라 전통 공예품 전시관이고, 제2관이 현대미술 전시관이므로, 두 전시관을 대립시켜 놓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화강암 담장에 기와를 얹어 전통과 현대의 어우러짐을 보여준다. 제2관에 입장할 때 동양식으로 신발을 벗고 들어가게끔 설계했는데, 이것 또한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조화를 꾀한 것이다.

마룻바닥으로 시공한 제2관에는 현대 미술가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1층에는 20세기 현대조각의 새로운 장을 연 안소니 카로(1924~ )를 비롯해 살바도르 달리(1904~1989), 데이비드 걸스타인(1944~ ), 이브 클라인(1928~1962)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제1관은 1층과 2층이 막힘 없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
제2관 2층 독립된 공간에 안도 타다오의 '명상의 방'이 숨어있다.
제2관 1층에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2층에는 실내 다리를 사이에 두고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 단독방과 안도 타다오 특별 공간이 마주 보고 있다. 실내 다리를 건너며 왼쪽을 바라보면 통유리창을 통해 산방산이 보인다. 안도 타다오 특별 공간에는 본태박물관 설계 변천 과정을 볼 수 있는 모형과 건축 과정 스틸 컷이 전시돼 있다. 미로 같은 좁은 복도를 지나 마지막으로 만나는 곳은 안도 타다오의 ‘명상의 방’이다. 창호지로 삼면을 두른 방 가운데 방석 하나가 놓여 있다. 현대 미술품이 가득한 전시관 가장 깊숙한 곳에서 한옥 스타일 공간을 만나는 것은 반전이었다.

제2관에서 물의 정원을 지나면 제1관으로 이어진다. 제1관은 조선 시대 전통 미술품과 수공예품이 전시된 공간이다. 1층과 2층 전시실에 본태박물관 설립자 이행자 씨가 40여 년 동안 수집한 유물이 가득하다. 소반·탁자·경대·자개농 등의 조선 시대 목공예품, 조각보·노리개·향낭·반짇고리 등의 규방용품, 나들이 의복과 장신구를 보며, 옛사람들의 세련된 미적 감각과 뛰어난 손기술, 소박한 생활상을 짐작해본다.
제2관 2층 백남준의 단독 전시실
제1관에 전시된 전통 베개의 다양한 자수가 눈길을 끈다.
제1관 전시실을 나오면 자연스레 카페본태를 지나 제1관 앞 호수로 이어진다. 호숫가에는 현대 미술 조각공원을 조성해 놓았다. 이스라엘 팝아트 예술가 데이비드 걸스타인(1944-), 스페인 조각가 하우메 플렌사(1955~), 프랑스 작가 로트르 클라인-모콰이(1938~)의 조각품을 감상할 수 있다. 현대 미술품 전시장에서 전통 공예품 전시장으로 이어지고, 다시 현대 미술품을 만나는 동선은 안도 다다오의 치밀한 계획이다.
  •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산록남로762번길 69
  • 10:00~18:00 연중무휴
  • 064-792-8108
조각공원에 하우메 플렌사(우)의 작품과 로트르 클라인-모콰이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유민미술관과
글라스하우스
Yumin Art Museum,
Glass House
제주 동쪽 끝 섭지코지에서도 안도 다다오가 건축한 유민미술관과 글라스하우스를 볼 수 있다.
유민미술관은 2017년 6월 개관한 국내 유일 아르누보 유리공예 미술관이다. 아르누보는 1890년대부터 1910년대까지 유럽 전역에서 일어난 공예디자인 운동으로, 예술이 박물관을 벗어나 대중이 사용하는 생활용품에 스며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민미술관에 이 시기에 활동했던 프랑스 아르누보 작가들의 유리공예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유민미술관 전시관은 지하에 지어졌다. 지상 있는 안내센터와 정원, 전시장 입구는 전시관의 옥상에 해당한다. 제주의 지형과 식생을 표현한 정원을 가로질러 전시관 입구로 들어간다. 전시관 입구 현무암 담장에 뚫린 긴 창 너머로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안도 다다오의 의도대로 창을 통해 섭지코지의 바람, 돌, 빛, 현무암 등 제주의 자연을 오감으로 느낀다.
글라스하우스는 고급 레스토랑과 테라스, 전망대로 구성된 건물이다. 양팔을 벌린 듯한 독특한 구조이며, 뒷면은 노출 콘크리트벽으로, 앞면은 통유리로 마감했다. 통유리창을 통해 섭지코지의 초원과 해안 절벽, 망망대해에 떠있는 듯한 성산일출봉을 감상할 수 있다.
  •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21
  • 09:00~18:00(하절기 09:00~20:00) / 화요일 휴관
  • 064-731-7791

Newsletter

트래브러리의 최신 소식을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