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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 그림책 마을

부여의 어느 작은 마을,
그 곳에 서린 23가지 이야기

23가지의 마을 이야기,
송정 그림책 마을
부여의 어느 작은 마을, 그곳에 서린 23가지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부여 시내에서 서천 방향으로 차를 타고 20여 분 정도 달렸을까, 부여지만 서천에 가까운 어느 마을에 도착했다.
동화 벽화가 그려져 있는 골목 어귀, 감성적인 풍경
동화책 작가들의 마을
he Village of Fairy Tale Authors
마을 초입에는 버스정류장이 하나 자리하는데, 그 이름이 ‘그림책 정거장’이다. ‘그림책’이라는 단어의 포근함, 그 따스한 한 장을 넘기듯 마을로 들어섰다. 양파, 마늘, 고추 같은 작물이 심어진 자그마한 밭, 빨랫줄에 매달려 봄바람에 휘날리는 옷가지들, 탈탈거리며 갈길 가는 경운기, 그리고 벽면마다 그려진 동화 벽화. 부여 ‘송정 그림책 마을’이다.
송정 그림책 마을 초입에 위치한 그림책 정거장
송정 그림책 마을에서 발간한 동화책, 전부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쓰고 그린 동화책이다
송정 그림책 마을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찻집
송정 그림책 마을은 3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부여의 작은 동네다. 특이점으로는 30여 가구 중 무려 23명이 동화책 작가다. 마을에서 나고 자란 칠팔십의 어르신들이 인생의 한순간을 떠올리며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 엮은 동화책. 볏짚으로 짚신을 만든 이야기, 꽃을 심는 닭 이야기, 누룽지, 까치 소리, 상추 자랑 이야기. 동네의 이야기라 정겹고 아주 일상적인 삶의 이야기라 반갑다. 동화책은 두껍지 않아 3분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다. 16쪽, 한 장 한 장에 삶을 녹인 탓에 책장이 유독 무겁다. 삐뚤삐뚤한 글씨와 그림이 고봉밥처럼 꾹꾹 눌러 담겨있다.
송정 그림책 마을 찻집의 내부 모습
포근한 감성의 마을 분위기, 한가로이 산책하기 좋다
송정 그림책 마을에서는 동화책을 쓴 어르신들이 직접 책을 읽어준다
마을 그리고 자신의 세월을 읊는 시간
세월을 읊어주는 시간
송정마을은 한때 80가구가 넘는 큰 마을이었단다. 모든 시골 마을이 그러하듯, 젊은이들이 하나 둘 도시로 떠나기 시작하며 마을에는 어르신들만 남게 되었다고. 산천초목으로 돌아가기 전에 젊은이들의 생기가 감도는 마을을 이뤄보고자, 마을 자체적으로 그림책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또한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자신의 책을 여행객들에게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했다. 밭을 일구다, 경운기를 끌다, 밥물을 올리다가 나온 어르신들이 송정 그림책 마을 찻집에서 동화책을 읽어준다.
송정 그림책 마을 찻집에서는 어르신들이 직접 준비한 차를 마실 수도 있다
어르신들은 책을 읽어주며 잔잔히 웃음 짓기도, 슬며시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송정 그림책 마을에서 직접 만든 윷판, 날 좋을 때는 마당에서 윷놀이를 하기도 한다
삐뚤삐뚤한 글씨체와 개성 넘치는 그림이 고봉밥처럼 가득 책장에 담겨있다
송정 그림책
마을의 9가지 볼거리
9 Things to See in Songjeong Picture Book Village
한창 어르신의 이야기를 몰두하다,
직접 송정 그림책 마을을 돌아보기로 했다.
야학당을 중심으로 그림책 벽화가 가득 뻗어 있다. 이따금 마을을 들르는 우체부는 헤맬 때마다 이 벽화를 보고 길을 찾는다고 한다. 사실 부여 송정리는 깊고 깊은 산골이었다. 1623년 인조반정 당시 ‘박정예’ 할아버지는 역적으로 몰려 목숨이 위태롭게 되자 노모를 모시고 한산에서 부여 방향으로 향했단다. 눈이 아직 채 녹지 않은 3월 초, 부여에서 유독 햇살이 환하고 살아볼 만한 땅을 찾게 된다. 이것이 송정마을의 첫 탄생이었단다. 송정마을에서는 9가지 볼거리를 놓치면 안 된다.
마을에서 도보 10분이면 송정저수지에 닿을 수 있다
송정 그림책 마을 초입에 위치한 대나무숲
첫 번째로는 청룡. 청룡은 마을 초입, 버스정류장 뒤쪽으로 위치한 공터인데, 옛날 이곳에는 푸른 소나무가 냇둑을 따라 나 있어 마치 그 모습이 용의 꼬리 같았다고 한다. 그래서 ‘청룡’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고. 마을에서 중요한 안건이 있거나, 여름철 더울 때면 모두 청룡에 모였다고 한다. 두 번째로는 도토리나무. 마을 초입 대나무 숲 뒤쪽으로 무려 500살이 넘은 도토리나무가 자리한다. 세 번째로는 야학당. 일제강점기 시절, 1925년 마을 사람들끼리 힘을 합쳐 자체적으로 만든 야학당이다. 30년 정도 마을 교육을 이곳에서 진행했으며 가을 추수가 끝나는 11월, 12월, 1월 총 3달 저녁마다 열렸다고 한다. 아무래도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탄생한 배움 인지라, ‘야학당’을 송정마을의 자랑이자 정신으로 여긴다.
송정저수지의 출렁다리, 실제로 걸을 때마다 출렁거려 서늘한 기분이 든다
송정 그림책 마을에서 송정저수지를 건너면 등장하는 서동요 촬영지
서동요 촬영지는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을 자랑한다
이외에도 그림책 찻집, 차밭과 원두막, 우물터, 잣나무, 흙집 등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하이라이트는 송정저수지. 무려 83만 평방미터의 규모다. 저수지 내부에 버드나무가 자라고 있어, 동남아시아 어느 맹그로브 숲을 연상케 한다. 송정 저수지 가장자리로 나무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다. 이 길을 따라 돌면 출렁다리가 나온다. 출렁다리 너머에는 서동요 테마파크가 있다. 서동요 테마파크는 한국 최초의 백제 역사 드라마 <서동요>의 오픈 세트장이다. 백제, 신라왕궁, 왕궁촌, 태학사, 하늘재, 저잣거리 등 다양한 분류의 세트장이 있다. 이곳은 계백장군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강인한 천등산 자락과 저잣거리의 조합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느껴진다. 해가 좋은 날, 부여 송정 그림책 마을에서 반나절쯤 머물렀을 뿐이다. 23가지의 포근한 이야기가 그곳에서 여전히 여행객을 기다린다.
어릴 적 한 번쯤 읽어봤던 동화, 강이지똥을 주제로 한 벽화
정겨운 마을 풍경, 입구에 붙어있는 동화책 작가 소개를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송정 그림책 마을의 정신이자 자랑, 야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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