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내린 눈으로 부여는 하얀 얼룩이 가득했다. 영하 3도. 입김을 내뱉으며 부여 읍내를 걸었다. 저 멀리 눈 덮인 초가집 두 채가 보인다.
신동엽 시인이 살았던 생가다. 1930년에 태어나 일제 식민지, 전쟁, 분단의 아픔, 지도자의 독재를 견뎌낸 그가 39년 짧은 인생 중 가장 오래 머무른 장소다.
1987년 초가집으로 복원된 신동엽 생가는 2년 뒤 기와지붕으로 한차례 모습을 바꾸었다. 이후 2021년, 다시 초가집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신동엽 시인은 생애 대부분을 이곳에 머물며 작품을 구상하고 창작했다. 생가 주변은 현재 ‘신동엽길’로 불린다. 460m 정도 되는 골목인데, 실제로 신동엽 시인이 자주 거닐었던 골목이다.